취업준비생의 이야기....

Posted by iloveenhye
2012. 3. 18. 03:59 내가 사는 이야기
1. 요즘 죄인이 된 기분이다. 친척분들이 집에 전화하면 언제나 나 취직했는지 물어보신다. 취직 못해서 주변분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있는 죄인이다.

2. 채용설명회를 갔다. 우리 기업은 사람이 미래라고 스펙을 크게 생각하지 말고 지원하라고 한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을 원한다고... 1등이 아닌 같이 1등할 사람을 원한다고... 그래도 영어 말하기 점수는 필수로 제출해야 한다.

3. 채용설명회를 가기 전에 친구에게 문자해서 같이 가자고 했다. 오픽공부 해야 되서 안 간다고 한다. 또 다른 녀석은 비가 와서 안 가겠다고 한다. 이 녀석은 취업을 하고 싶은건가? 취업이 누가 떠먹여주는 것도 아닌데....이러면서 자신의 친구가 취업하면 부러워한다.

4. 입사지원서 쓴 게 50개 정도 되어가니 각 이력서의 내용이 점차 비슷해지는 게 보인다. 근데 지원하는 기업은 다른데 어떻게 내용이 비슷할까? 각 기업마다 인재상이 틀린데...

5. 토익을 한참 공부하니...오픽갖고 오라고 한다. 오픽 만들어서 가면 또 무언가 필요하겠지. 나중에 오픽하는 친구에게 물어봐야 겠다. 오픽했는데도 취업 안 되면 또 무엇을 할거냐고...이젠 봉사활동 할 거냐고...

6. 방학때면 다들 영어공부를 엄청나게 한다. 토익 공부, 오픽, 토스 공부, 그것도 아니면 어학연수. 근데 왠지 다들 정확하게 뭘 해야될 지 몰라서 하는 것 같다. 할 게 없으니까 이거라도 해야겠다는 것 처럼.

7. 회사를 분석하고 각종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자신을 포장하고 스펙도 어느정도 만들었는데 서류통과도 안 되는 게 수두룩하다. 그러면서 세상 욕만 하고 있다.

8. 한 대기업 면접을 갔을 때, 깜짝 놀랐던 게 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걸음걸이에 똑같은 자세와 표정으로 대기하고 발표했다. 마치 사람이 하나의 기계가 된 것처럼....그것에 주눅들어 나만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9. 실패가 계속되니 평소에 생각하지도 않았던 징크스가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인적성 합격했을 때 짜장면 먹었다고 인적성 볼 때마다 짜장면을 먹고, 첫 면접 떨어졌을 때 돈까스 먹었다고 면접때마다 돈까스는 피하고 있다. 왠지 점차 정신병 같아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10. 대통령께서는 용기가 없다고 한다. 도전하고 또 도전하라고...대기업의 톱니바퀴가 되지 말고 창업을 통해 자신이 하나의 룰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라고...IMF시절 벤처기업을 운영했던 KIST학생, 현재 경남쪽에서 빚을 갚기 위해 학원선생 하고 있다고 한다.

11. 같이 취업준비하고 있는 친구의 작은아버지가 친구에게 말씀하셨다. "놀 수 있는 시간은 많다. 근데 지금은 아니다." 고등학교때도 그런 말을 들었다. 놀고 싶어도 대학가서 놀면 된다. 지금은 수능 공부해야 한다. 요즘은 취업 준비를 빠르면 대학교 1학년부터 한다. 그럼 대학에서도 제대로 못 논다. 취직하면 결혼준비로, 결혼하면 집장만, 육아로... 결국 다 늙어서 놀아야 하나보다. 늙으면 손자봐야되니...죽어서 놀아야 하나보다.

12.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는 말했다. "취업에 너무 힘들어하지 말라고..." 올해 9급 공무원 경쟁률은 72.1:1이다. 그나마 그것도 올해는 지방직을 많이 뽑아서 그렇다. 일반행정(전국)은 1000:1이 넘던데....공무원 준비하는 내 친구가 더 힘들겠지? 시험합격했는데도 면접에서 떨어졌는데...

13. 자기소개서에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이십니까? 라는 질문을 본 적있다. 가장 힘들었던 때는 아무리봐도 '현재'가 가장 힘들다. 수능 볼 때는 수능 볼 당시에 현재가, 군 입대 했을 때도 그 당시에 현재가, 그리고 지금 취업 준비하고 있는 현재가 가장 힘들다. 앞으로도 계속 현재가 힘들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힘들겠지?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은 나 밖에 없으니까...

14. 이렇게 불평글을 쓰더라도 결국 내가 못한거다. 내 노력이 부족했으니 못한거다. 노력했다고 스스로 위안해도 생각하면 내 노력이 부족한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노력한 것 이상만큼 다른 사람도 노력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