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
사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을
언제나 평생 새살이 돋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게 되었다.
사람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했음을 알게 될 때
언제나 평생 그 아픔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몰랐다.
사람은 영겁의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언제나 평생 그자리에 있을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게 되었다.
사람은 갑작스럽게 이별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언제나 평생 모두가 내 곁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선화에게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당신은 작은 미약한 바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주 미약한 바람이었지요.
오직 한 가지의 뜻만을 가진 바람이었지요.
당신은 또 다른 당신을 만났습니다.
둘은 서로 하나임을 느꼈고 결국 둘은 합치게 되었습니다.
둘은 더 큰 뜻을 가지게 되었지요.
당신은 결국 하나의 뜻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뜻은 또 다른 뜻을 부르게 되었지요.
당신은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날라갔습니다.
당신은 바위에 부딪히고 물을 부딪히면서
이리저리 쫓겨나갔지만 커다란 뜻을 이루기 위해
계속 흘러갔습니다.
당신은 결국 한 나무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힘을 다해 그 나무를 뽑아버렸지요.
당신은 승리한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한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한 그루를 뽑으면 또 한 그루, 그 뒤에 또 한 그루…
나무는 끝이 없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다 뽑지 못한 체 소멸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만족스러웠지요.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뜻을 알렸으니까요.
당신은 쇠약해졌습니다.
커다란 바람에서 다시 미약한 바람이 되었지요.
하나 힘이 없는 당신을 나무는 가만 나두지 않았습니다.
나무 근처서 잠깐 쉴까 하면 당신을 내팽개치고 또 내팽개쳤습니다.
결국 쉴 곳 없는 당신은……….
또 다른 당신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습니다……….
적어도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또 다른 당신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당신은 떠났습니다.
좋은 기억과 싫은 기억이 공존하던 소풍을 마치고
당신은 떠나갔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뜻을 남기고 당신은 떠나갔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당연히 자작시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