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까지 가장 어려운 시험은 수능인 줄 알았다. 수능은 개뿔...

Posted by iloveenhye
2011. 4. 20. 23:39 내가 사는 이야기
 나는 2004년 수능세대이다. 전년도인 2003년 수능이 학생들에게 어려운 편이라는 소리도 들었지만 딱히 2004년도 쉽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 같은 반 친구들의 점수가 나만 빼놓고 전부 다 떨어졌으니...(오잉!!! 당시 나만 모의고사 점수보다 수능 점수가 오르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욕도 많이 먹었고 수능 3등급에서 2등급으로 점수가 올랐는데 자랑도 못 했었다.) 그리 쉽지 않았던 시험이었고 비록 나는 점수가 올랐지만 수능이 참 어려웠던 시험으로 기억하고 있다.

 근데 세월이 지나고 취업할 때가 되보니 전혀 아니었다. 수능 시험보는 것보다 취업하는 게 더 어려웠다. 수능은 7년 전 이야기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확실히 취업이 수능보다 어렵다는 것은 1년 동안의 경험에서 토대로 나온 결론이다.

 오늘도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과거에도 떨어졌었고, 미래에도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겠다. 물론 절대 결코 never 떨어지라고 비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서류전형이라도 합격해야, 그것을 기초로 하여 다음의 자기소개서를 쓸텐데, 서류를 통과한 게 없으니까 뭐라고 이야기를 못하겠다. 그래도 내가 수능이 취업보다 쉽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음의 이유 때문이다. 밑에 이유는 내가 취업을 계속 성공하지 못하고 있으니 변명하려고 적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글 자체가 내 스스로 하는 변명이다.

 첫째로, 수능 자체는 모두 동등한 상태에서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보게 된다. 해외에서 학교를 나오던지, 해외로 연수를 갔다 오던지, 군대를 장교로 나오던지, 봉사활동을 하던 말던 모두 동등한 상태에서 똑같은 문제로 보게 된다. 물론 대학 입학할 때 특별전형으로 들어가면 다를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근데 취업은 장교 나온 사람 달리 뽑고, 해외에서 나온 사람 달리 뽑고 하다 보니 확실히 동등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나도 장교나 홰외로 학교 나올 걸)

 둘째로, 어떻게 보면 첫 번째 이유와 겹칠 수 있는 데, 수능은 응시자를 에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대부분 고등학생이며 일부분 재수생과 특별고 학생들이라고 예측이 가능한데, 취업은 응시자가 뭐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봉사활동을 얼마나 했고, 어학연수를 얼마나 갔다 왔고, 인턴 경험을 얼마나 했으며,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는지 전혀 추측이 불가능하다. 사실 누가 원서를 냈는지 알 수도 없으니까. 이렇게 되니 내가 합격을 했는지 불합격을 했는지 추측이 불가능다고 할까?

 셋째로, 수능은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지 취업은 그렇지 못하다. 수능은 모든 문제에 답이 정해져 있으며, 물론 간혹 2개 이상의 비슷한 답이 나올 수  있지만 거의 문제의 답은 1개이고, 채점의 오류가 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취업은 절대적인 답이라고 이야기 하기 보다는 기업에 맞는 상대적인 답이기 때문에 답을 알 수 가 없다. (역시 이것 또한, 변명이다. 취업한 친구의 말로는 일단 서류 통과를 하게 되면 합격한 자기소개서와 비슷하게 쓰면 얼추 서류는 다 통과한다고 이야기했다.)

 넷째로, 수능은 그 다음해 재수를 하더라도, 틀린 문제에 대한 피드백이 가능한 데 취업은 그게 어렵다. 쉽게 생각해보면 수능은 보고나면 문제를 알 수 있다. 토익도 역시 마찬가지로 서울의 큰 학원은 보고 난 후 토익의 문제를 알고 있고 좀 지나면 기출문제를 변형해서 알려준다. 근데 취업은 내가 뭐가 잘못되었는지 인사담당자에게 문의해봐도 안 알려준다. 그들이 시간이 남는 것도 아니고, 한 사람씩 알려주다 보면 다른 업무를 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내가 인사담당자가 아니라서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무엇을 고쳤으면 좋은지 2군데 문의해봤는데 알려줄 기미를 안 보인다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해서든 그 기업을 복수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법은 합무라비 법이다.) 사실 이게 제일 큰 것 같다. 수능이나 토익이나 기타 다른 문제를 풀어봐도 절대적인 답이 있어서 무엇을 고치면 잘 될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텐데, 취업은 정확한 답이 있는지도 모르겠고, 혹은 있어도 알려주지를 않으니 피드백이 전혀 불가능하다. 취업 전문 사이트에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알 수 있기는 할텐데, 그 들은 취업하려는 곳의 인사담당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오늘도 떨어졌다. 과거에도 떨어졌었고, 내일도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이라면 아직은 젊다는 것이라고 할까? 그래도가끔 슬픈 것은 취업한 친구에게서 '오늘 회식 한다.', '오늘은 일찍 끝나서 좋구나.' 이런 문자가 올 때마다 내가 뭐라고 이야기해야할지 몰라서 슬프다는 것이다. 과연 내가 뭐라고 말을 해줘야하나? 취업 못하는 친구 염장 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뭐라고 이야기 못 하는 것도 그 친구가 나를 가끔씩 걱정해서 조언을 해준다는 것과 친한 친구라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에도 쉽게 넘길 수 있도록 빨리 취업을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에 하나라도 수능 시험을 볼 고3 수능생과 고3 학부모님, 고3이 아니라도 곧 수능을 볼 학생들이 이 글을 보고 가타부타 이야기를 안 하셨으면 한다. 이 글은 전적으로 내가 취업이 안 되서 변명하기 위해 쓴 글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