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Posted by iloveenhye
2009. 5. 26. 01:15 시를 적어보자

당신은 작은 미약한 바람이었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주 미약한 바람이었지요.

오직 한 가지의 뜻만을 가진 바람이었지요.


당신은 또 다른 당신을 만났습니다.

둘은 서로 하나임을 느꼈고 결국 둘은 합치게 되었습니다.

둘은 더 큰 뜻을 가지게 되었지요.


당신은 결국 하나의 뜻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 뜻은 또 다른 뜻을 부르게 되었지요.

당신은 그 뜻을 이루기 위해 또 다른 곳으로 날라갔습니다.


당신은 바위에 부딪히고 물을 부딪히면서

이리저리 쫓겨나갔지만 커다란 뜻을 이루기 위해

 계속 흘러갔습니다.

 

당신은 결국 한 나무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모든 힘을 다해 그 나무를 뽑아버렸지요.

당신은 승리한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무는 한 그루가 아니었습니다.

한 그루를 뽑으면 또 한 그루, 그 뒤에 또 한 그루…

나무는  끝이 없었습니다.


결국 당신은 다 뽑지 못한 체 소멸의 기운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만족스러웠지요.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당신의 뜻을 알렸으니까요.


당신은 쇠약해졌습니다.

커다란 바람에서 다시 미약한 바람이 되었지요.

하나 힘이 없는 당신을 나무는 가만 나두지 않았습니다.

나무 근처서 잠깐 쉴까 하면 당신을 내팽개치고 또 내팽개쳤습니다.


결국 쉴 곳 없는 당신은……….

또 다른 당신을 위해…….

자신을 포기했습니다……….

적어도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또 다른 당신을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당신은 떠났습니다.

좋은 기억과  싫은 기억이 공존하던 소풍을 마치고

당신은 떠나갔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당신의 뜻을 남기고 당신은 떠나갔습니다.